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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 “이거 AI잖아” 화내던 사람들, 이제는 왜 그냥 볼까?
AI 콘텐츠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터넷의 역사, AI 신뢰도 조사, 기술에 적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살펴봅니다.

처음 AI로 만든 영상이 쏟아져 나올 때를 기억합니다.
댓글창에는 영상 내용보다 “이거 AI잖아”, “가짜네”라는 말이 먼저 달렸습니다. 사람이 만들었는지, 기계가 만들었는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처럼 보였습니다.
요즘 제가 느끼는 분위기는 조금 다릅니다. AI라는 걸 알아도 재밌으면 보고, 도움이 되면 공유하는 모습을 봅니다.
물론 제가 본 댓글 몇 개로 사회 전체가 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흥미로운 질문이 생깁니다.
우리는 어떤 기술을 불편해하면서도, 그 기술이 주는 편리함에는 익숙해질 수 있을까요?
인터넷도 처음부터 ‘당연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1989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연구원 팀 버너스리는 연구자들이 서로 문서를 쉽게 나눠 보는 방법을 구상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월드와이드웹의 출발점입니다.
인터넷은 컴퓨터를 연결하는 통신망이고, 웹은 그 위에서 문서와 정보를 보여 주는 방식입니다. 서로 같지는 않지만 우리가 인터넷을 쓰는 데 웹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1993년 CERN이 웹 기술을 널리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공개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인구의 약 74%, 약 60억 명이 인터넷을 사용합니다.
우리는 인터넷으로 길을 찾고, 돈을 보내고, 병원 예약을 하고, 가족의 안부를 묻습니다. 매번 ‘와, 지금 통신망을 쓰고 있어!’ 하고 감탄하지는 않죠.
기술이 일상에 들어오면, 우리는 그 기술을 특별하게 느끼지 않기 시작합니다.

새 도구를 샀는데 왜 일이 그대로일까요?
새 기술을 설치했다고 생활이 즉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경제학자 폴 데이비드는 1990년 논문에서 전기와 컴퓨터를 비교했습니다. 공장에 전기가 들어왔다고 생산성이 다음 날 폭발하지 않았습니다. 전기에 맞춰 기계의 자리와 작업 순서를 바꾸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AI도 비슷할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모두에게 AI 계정을 지급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런데 직원들은 AI가 쓴 문서를 다시 처음부터 확인하거나, 옛날 방식으로 똑같은 일을 합니다.
그렇다면 도구는 바뀌었는데 일하는 방법은 그대로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반복되는 질문을 정리하고, 자료를 찾는 순서를 바꾸고, 중요한 판단은 사람이 확인하도록 만들면 같은 AI도 전혀 다른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변화를 만드는 것은 설치 버튼이 아니라 일을 다시 설계하는 사람입니다.
익숙해진다고 무조건 믿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는 꼭 구분할 것이 있습니다.
‘AI 콘텐츠에 익숙해졌다’는 말이 ‘이제 사람들이 AI가 만든 건 무엇이든 믿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의 2025년 조사에서 성인의 76%는 글·사진·영상이 AI로 만들어졌는지 구별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자신이 실제로 구별할 수 있다고 확신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국내 CJ메조미디어의 2026년 조사에서도 응답자 88%가 생성형 AI를 써본 경험이 있었지만, 결과를 신뢰할 만하다고 평가한 응답은 38%였습니다.
이 수치는 서울·경기와 5개 광역시의 15~59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조사입니다. 전 국민의 비율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사용하는 사람과 믿는 사람은 다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쩌면 다른 질문을 하게 될 겁니다
어린아이에게 스마트폰 지도는 신기한 발명품이 아닙니다. 길을 찾을 때 쓰는 당연한 도구입니다. 한때 놀라웠던 영상통화도 지금은 평범합니다.
그렇다면 AI와 대화하며 자라는 아이들은 어떨까요? 모르는 것이 생기면 먼저 물어보고, 답이 이상하면 다시 묻는 일이 당연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미래에 대한 제 생각이지, 모든 아이가 그렇게 될 것이라는 예언은 아닙니다.
하지만 기업에는 이미 중요한 질문입니다. 고객이 검색창에 제품 이름만 입력하지 않고 자신의 상황을 길게 설명한다면, 우리는 어떤 정보를 준비해야 할까요?
‘AI냐 아니냐’보다 ‘어떤 약속을 했느냐’
강아지가 우주복을 입고 달에서 춤추는 영상을 떠올려 봅시다. 보는 사람이 상상으로 만든 장면임을 알고 웃었다면, AI로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나쁘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실제 존재하지 않는 전문가가 약을 추천하거나, 하지도 않은 말을 누군가의 얼굴과 목소리로 꾸며 퍼뜨린다면 문제가 됩니다.
둘의 차이는 사용한 도구보다 보는 사람과 어떤 약속을 했느냐에 있습니다. 하나는 즐거움을 주고, 다른 하나는 사실인 척 속일 수 있습니다.
저는 AI 시대의 신뢰가 ‘사람 손으로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에만 머물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검증할 수 있는가’, ‘누가 책임지는가’도 점점 중요해질 것입니다.
적응은 포기가 아닙니다
저는 AI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무조건 뒤처졌다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창작자의 권리, 노동자의 생계, 아이들이 보는 정보의 진실성처럼 지켜야 할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기술을 거부한다고 세상 모두가 그 기술을 사용하지 않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무엇이 바뀌는지 똑바로 보고, 유용한 것은 배우고, 위험한 것은 따져 묻는 태도. 저는 그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AI는 더 이상 몇몇 연구실에서만 만나는 기술이 아닙니다. 다음 편에서는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빠르게 AI를 생활 속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숫자로 살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