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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편 | 같은 돌을 쥐고, 우리는 무엇을 만들 것인가?

약 330만 년 전 석기 제작과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에서 AI 시대의 도전까지. 불확실한 미래에도 질문하고 시도하는 인스톰의 창업 철학을 담은 첫 번째 시리즈 마지막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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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편 | 같은 돌을 쥐고, 우리는 무엇을 만들 것인가?

인류는 언제나 주어진 것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아주 오래전, 누군가는 돌을 깨뜨렸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330만 년 전의 아프리카를 상상해 보겠습니다.

드넓은 땅에는 나무와 풀, 크고 작은 돌들이 흩어져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의 먼 조상들은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돌은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물건이었겠지요.

누군가는 돌을 집어 들어 무언가를 두드리거나 깨뜨리는 데 사용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누군가는 조금 다른 행동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돌을 다른 돌에 부딪쳐 깨뜨리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날카로운 모서리가 생깁니다.

그 돌조각으로 이전에는 자르기 어려웠던 것을 자를 수도 있었겠지요.

물론 이것은 당시의 모습을 상상한 장면입니다.

누가 처음 이런 생각을 했는지, 정확히 어떤 목적으로 돌을 가공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 증거는 남아 있습니다.

2015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는 흥미로운 연구가 발표됐습니다.

아프리카 케냐의 로메크위라는 지역에서 약 330만 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석기가 발견됐다는 것입니다.

이 도구들은 오늘날 우리와 같은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하기 훨씬 전의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당시 인류의 먼 조상들이 돌을 두드리고 깨뜨려 도구를 만들었다는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다만 정확히 어떤 종이 만들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가 무척 흥미롭습니다.

돌은 특별한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자연에 원래 존재하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 돌을 가공하면서 이전에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돌 자체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돌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문명이 돌 하나 때문에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수많은 세대에 걸쳐 도구를 만들고, 고치고, 새로운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 쌓였겠지요.

하지만 한 가지는 생각해 볼 만합니다.

인류는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주변의 물건을 새로운 도구로 바꾸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넓혀 왔다는 사실입니다.

약 330만 년 전 아프리카의 먼 조상들이 돌을 가공해 석기를 만들던 장면을 상상한 콜라주
로메크위 석기 발견을 소재로 재구성한 상상 장면입니다. 실제 고고학 현장 사진이나 종의 복원도가 아닙니다.

자전거를 만들던 사람들이 하늘을 날았습니다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1903년으로 가보겠습니다.

미국 오하이오주에는 자전거를 만들고 판매하던 두 형제가 있었습니다.

윌버 라이트와 오빌 라이트.

우리가 알고 있는 라이트 형제입니다.

당시 많은 연구자가 하늘을 나는 기계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라이트 형제가 특별히 주목한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하늘에 올라가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공중에서 균형을 잡고 방향을 조종하는 일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형제는 기존 연구자들의 자료를 공부했습니다.

직접 날개를 만들어 실험하고, 실제로 하늘에서 날아 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기존 자료를 바탕으로 계산한 결과와 실제 실험 결과가 달랐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계산이 맞다고 믿고 그대로 진행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라이트 형제는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직접 다시 측정해 보기로 한 것입니다.

형제는 작은 바람 터널을 만들었습니다.

오늘날 풍동이라고 부르는 실험 장치입니다.

그 안에서 여러 형태의 날개를 시험하고, 공기의 흐름이 날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측정했습니다.

기존 자료가 실제 결과와 맞지 않는 이유를 찾고, 자신들의 계산을 고쳐 나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1903년 12월 17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키티호크 근처에서 자신들이 만든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았습니다.

첫 비행은 12초, 약 36m였습니다.

지금 우리가 타는 비행기와 비교하면 아주 짧은 거리입니다.

하지만 스미스소니언 국립항공우주박물관은 이 비행을 사람이 탑승한 동력 비행기의 첫 성공적인 비행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짧은 비행에 이르기까지 형제는 1899년부터 약 4년 동안 본격적인 연구와 개발을 이어 왔습니다.

저는 여기서 비행거리가 얼마나 짧았는지보다 다른 점에 눈길이 갑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당시의 경험만으로 정해 놓지 않았습니다.

물론 라이트 형제도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낸 것은 아닙니다.

앞선 연구자들의 자료를 배웠고, 엔진 제작에는 함께 일하던 기술자의 도움도 받았습니다.

오랜 시간 쌓인 지식 위에서 새로운 방법을 찾은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모든 것을 알고 시작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모르는 것을 공부하고, 직접 시험하고, 틀린 생각을 고쳐 가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저는 그 태도가 인류의 오랜 역사와 닮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라이트 형제의 날개 실험과 풍동 연구, 1903년 초기 비행기의 짧은 비행을 연결한 창작 삽화
연구하고, 시험하고, 고치며 이루어 낸 12초의 비행. 실제 역사 사진이 아닌 재구성 일러스트입니다.

새로운 도구가 생기면, 사람은 무엇을 다르게 할까요?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를 떠올려 봅시다.

하늘을 날겠다고 마음먹는 것만으로 비행기가 뜨지는 않았습니다. 날개를 만들고, 시험해 보고, 잘못된 부분을 고쳐야 했습니다.

도구는 손에 쥐는 순간보다 그것으로 무언가를 해보는 순간 더 큰 의미를 갖는지도 모릅니다.

AI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는 글을 쓰거나 자료를 조사하고, 디자인을 구상하거나 프로그램의 초안을 만드는 일을 AI와 함께 시작할 수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혼자 엄두를 내기 어려웠을 일도 먼저 작은 모양으로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AI가 초안을 만들어 줬다고 그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제대로 작동하는지, 틀린 내용은 없는지, 실제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저는 이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도구의 가치는 무엇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뿐 아니라, 그것을 현실에서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작은 회사들은 AI로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실제로 AI를 사용하는 작은 회사들이 늘고 있습니다.

2025년 OECD는 오스트리아, 캐나다, 독일, 아일랜드, 일본, 한국, 영국의 중소기업 5,000곳 이상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사는 2024년 말에 진행됐습니다.

조사 대상 기업의 약 31%가 생성형 AI를 사용한다고 답했습니다.

AI를 사용하는 기업 가운데 65%는 직원의 업무 성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매출이 늘었다고 답한 기업은 26%였습니다.

여기서 저는 숫자의 크기보다 숫자 사이의 차이에 눈이 갑니다.

일이 조금 편해졌다고 해서 반드시 매출까지 오르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AI를 쓰는 것 자체가 성과는 아닙니다. 실제로 어떤 문제가 해결됐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보다, 그걸로 무엇을 직접 시험해 볼 수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한 명의 창업자가 AI로 글쓰기, 분석, 디자인, 코딩, 정보 조사를 시도하며 여러 가능성을 탐색하는 장면
새로운 도구가 모두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을 넓힐 수 있습니다. 창작 이미지입니다.

돌을 쥐는 것과 도구를 만드는 것은 다릅니다

돌을 손에 쥐었다고 저절로 날카로운 도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디를 깨뜨릴지 생각하고, 직접 부딪쳐 보고, 원하는 모양이 나오지 않으면 다시 시도해야 합니다.

사업에서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예를 들어 작은 가게에 매일 똑같은 질문이 온다고 해보겠습니다.

“주차할 수 있나요?” “몇 시까지 영업하나요?” “예약은 어떻게 하나요?”

AI를 이용해 답변을 정리하고 안내 페이지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페이지를 만들었다고 일이 끝났을까요? 손님들이 그 페이지를 실제로 보고 있는지, 질문이 줄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효과가 없다면 글을 고치거나 안내 위치를 바꾸면 됩니다. 애초에 필요하지 않은 기능이었다면 만들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겠지요.

누구나 이런 실험을 할 시간과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 새로운 일을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새로운 도구 덕분에 시도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나 비용이 줄어든다면, 전에 없던 방법을 한번 시험해 볼 이유는 생길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AI를 얼마나 많이 사용했느냐가 아니라, 내 앞의 문제를 조금이라도 다르게 풀어 보았느냐일 것입니다.

연구실의 질문과 사업의 질문은 달랐습니다

기술을 연구할 때 중요했던 질문 중 하나는 “이 방법이 실제로 작동하는가?”였습니다.

지금 인스톰이라는 회사를 운영하면서는 질문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그래서 이걸 누가 필요로 할까?”

기술적으로 멋진 기능이 있다고 해도, 쓰는 사람이 없다면 좋은 서비스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아주 작은 기능 하나가 누군가의 번거로운 일을 덜어줄 수도 있습니다.

저희가 만들고 싶은 것은 기술을 많이 넣은 제품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에게 이유가 있는 제품입니다.

그러려면 머릿속에서 멋진 미래를 그리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직접 만들어 보고,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고, 부족한 점을 고쳐야 합니다.

저는 이제 미래를 설명하는 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미래의 작은 조각을 현실에서 시험해 보고 싶습니다.

첨단 기술 연구실과 실제 소상공인의 일상 사이의 다리를 건너는 창업자의 모습
미래의 기술과 오늘의 현장을 연결하려는 도전. 특정 실제 연구실이나 사업체를 촬영한 사진이 아닌 창작 이미지입니다.

저희 인스톰도 실패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사업을 해보면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깁니다.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던 기능을 고객이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열심히 개발했는데 운영비가 생각보다 많이 들 수도 있습니다. 시장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업에서 실패는 단순한 실험 기록 한 줄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들인 시간과 돈이 있고, 함께한 사람들의 노력과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실패를 낭만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무작정 뛰어드는 것이 용기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저희 인스톰의 도전 역시 실패로 끝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서비스가 사람들에게 선택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판단이 틀렸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 가능성을 알기에 오히려 더 배우고, 작게 시험하고, 잘못됐다면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계속 도전하려 합니다.

성공을 장담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생각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이 있고, 직접 해봐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도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돌을 쥐고, 우리는 무엇을 만들 것인가?

처음의 돌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돌을 깨서 날카로운 면을 만들었던 먼 조상들은 그 행동이 아주 먼 훗날 어떤 세상으로 이어질지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라이트 형제의 12초 비행도 오늘날의 항공 산업 전체를 한 번에 만들어 낸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돌을 깨 보았고, 누군가는 날개를 만들어 실제로 날려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또 다른 사람들이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갔습니다.

지금 우리도 AI라는 새로운 도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기술이 남고 어떤 기업이 사라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거창한 계획부터 세울 필요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평소 불편했던 일을 하나 바꿔 보거나, 궁금했던 것을 공부하거나, 오래 생각만 했던 아이디어를 작은 모양으로 만들어 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끝을 지금의 경험만으로 미리 정해 놓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 시리즈를 마치며

첫 번째 글에서는 200년 전 기계를 부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주 오래전 돌을 깨뜨린 우리의 먼 조상들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그 사이에 증기기관과 철도, 인터넷과 AI가 등장했습니다. 도구는 계속 바뀌었지만 사람들은 그때마다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방법을 찾아왔습니다.

지난 열 편의 글도 그런 마음으로 썼습니다. 정답을 알려드리기보다, 익숙한 세상을 잠시 다르게 바라보고 새로운 생각을 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했습니다.

앞으로도 인스톰은 새로운 기술을 만들고, 실제로 쓰이는지 확인하면서 도전할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각자의 자리에서 스스로 질문하고 배우며, 한 번쯤은 마음속에 있던 생각을 직접 시험해 보셨으면 합니다.

잘될지 확신할 수 없더라도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말을 남깁니다.

Boys, be ambitious.

저에게 이 말은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아직 해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가능성을 접어 두지 말자는 뜻에 가깝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손에 쥔 도구로 무엇을 만들어 보고 싶으신가요?

이것으로 인스톰의 첫 번째 칼럼 시리즈를 마칩니다. 칼럼은 계속됩니다. 다음에는 AI 시대의 기업과 서비스들이 어떤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지, 사업가의 시선으로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 인스톰(INSTORM)

참고 자료

석기 제작 당시 장면은 고고학적 발견을 바탕으로 한 상상입니다. 라이트 형제 장면과 연구소·창업 장면 등 삽화는 실제 역사 사진이나 기록 영상이 아닌 창작 이미지입니다. 인스톰에 관한 부분은 필자의 경험과 사업 철학을 담은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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