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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편 | 검색창이 사라진 뒤, 누가 세상을 보여줄까?
전화번호부에서 검색엔진과 AI 추천으로. 제로클릭 시대, 네이버·구글의 변화와 정보가 선택되는 방식이 사업자와 소비자에게 던지는 질문.

이 글은 특정 기술의 성공이나 미래를 단정하는 보고서가 아닙니다. 역사와 현재의 장면을 연결하며 앞으로의 세상을 개인적인 시선으로 상상하는 인스톰 칼럼입니다. 본문의 미래 장면과 이미지는 사실 보도가 아닌 가정과 상상입니다.
집에 수도가 고장 났다고 해봅시다. 오래전에는 전화번호부에서 수리업체를 찾고 직접 전화를 걸었습니다.
인터넷이 등장한 뒤에는 검색창에 ‘수도 수리’라고 입력했습니다. 업체 여러 곳의 홈페이지를 열어 보고 가격과 연락처를 비교했습니다.
스마트폰이 생기고 나서는 지도에서 가까운 업체와 리뷰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묻기도 합니다. “지금 바로 올 수 있고, 비용이 합리적인 근처 수리업체를 추천해 줘.”
원하는 것은 늘 같습니다. 고장 난 수도를 고치는 일입니다. 그런데 필요한 행동이 달라졌습니다.
전화번호부에서 업체를 고르던 사람이 이제는 AI에게 조건에 맞는 곳을 골라 달라고 부탁합니다.
저는 이 작은 차이가 꽤 큰 변화의 시작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 사람들은 검색 결과를 덜 누를까요?
2026년 6월 공개된 SparkToro와 Similarweb의 분석에 따르면, 2026년 첫 네 달 동안 미국 구글 검색의 약 68%는 결과 클릭 없이 끝났습니다. 흔히 말하는 제로클릭 검색입니다.
그 숫자가 전부 AI 때문인 것은 아닙니다. 지도와 날씨, 계산 결과처럼 검색 화면에서 바로 답을 얻을 수 있는 기능도 영향을 줍니다. 미국 구글 검색에 관한 자료라는 한계도 있습니다.
또 다른 자료도 있습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2025년 3월 이용자 900명의 검색 기록을 살펴봤습니다. AI 요약이 나타났을 때 일반 검색 결과를 클릭한 비율은 8%, AI 요약이 없을 때는 15%였습니다. AI 요약 안의 출처 링크를 클릭한 비율은 1%였습니다.
이 연구가 AI 요약 때문에 클릭이 줄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사람들이 검색 결과 화면 안에서 답을 얻고 떠나는 행동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사람이 직접 열어 보는 웹페이지가 줄어든다고 해서, 좋은 정보까지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좋은 답을 만들려면 어디에 있는 어떤 정보가 믿을 만한지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네이버는 이제 장소를 찾는 데서 예약으로 갑니다
2026년 7월 네이버는 AI탭 이용자가 1,000만 명에 도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같은 해 9월에는 네이버지도에 ‘플레이스 에이전트’를 선보였습니다.
이제는 “논현동 식당”이라는 짧은 단어 말고,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 모시고 갈 건데, 조용하고 주차가 편한 곳 알려 줘. 예약도 가능하면 좋겠어.”
‘논현동 식당’은 장소의 종류입니다. 두 번째 질문에는 부모님과의 식사, 주차 걱정, 조용한 분위기라는 사람의 사정이 들어 있습니다.
이런 흐름에서 AI는 장소를 찾는 일을 넘어, 조건을 비교하고 다음 행동까지 연결하려고 합니다.
저는 이것이 검색 기업의 생존 전략이면서, 이용자가 무엇을 기대하게 되는지 보여 주는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구글은 AI 답을 늘리면서 링크도 다시 강조합니다
2026년 10월 15일 구글은 AI Mode와 AI Overviews에서 웹사이트로 연결되는 링크를 더 분명하게 보여 주는 변화를 발표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를 더 눈에 띄게 보여 주는 방식도 시험하겠다고 했습니다.
흥미로운 일입니다. AI가 답을 잘 만들어 줄수록 사람은 웹사이트를 덜 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구글이 원래 정보가 담긴 웹사이트를 찾기 쉽게 만들겠다고 말한 것입니다.
저는 여기서 한 가지를 읽습니다. 답을 빨리 주는 일과 답을 믿을 수 있게 하는 일은 둘 다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AI가 알려 준 식당이 실제로 문을 열었는지 확인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병원 예약 방법이나 가격이 바뀌었을 수도 있습니다. AI가 아무리 자연스럽게 말해도 틀릴 수 있습니다.
출처를 확인하고 공식 정보를 다시 보는 길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AI가 세 곳만 골라주면, 나머지는 어디로 갈까요?
이제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예전에는 전화번호부에 이름이 있으면 일단 발견될 기회가 있었습니다. 검색 시대에는 웹사이트와 지도 정보, 블로그와 리뷰가 발견의 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AI가 후보를 세 곳만 보여 주면 어떨까요?
정말 좋은 가게인데 영업시간이나 메뉴 정보가 정확하지 않아 빠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보다 과장된 정보가 더 눈에 잘 띄는 문제도 생길 수 있습니다. 광고가 섞일 수도 있겠죠.
그렇다면 우리는 질문해야 합니다. “왜 그 세 곳일까요? 누가 정한 기준일까요? 잘못된 추천은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요?”
AI가 편리해질수록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자와 그것을 선택해 보여 주는 플랫폼 양쪽의 책임이 커집니다.

좋은 정보가 좋은 답으로 이어지려면
사업자가 할 일은 생각보다 기본적입니다. 자신의 가게가 누구에게 필요한지, 무엇을 잘하는지, 어디에 있고 언제 문을 여는지, 어떤 가격과 예약 방법이 있는지 정확하고 확인하기 쉽게 알려 주는 일입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실제 경험을 쌓는 일입니다. 없던 후기를 만들거나 하지 않는 서비스를 있다고 설명하는 것은 답이 아닙니다.
AI가 어떤 답을 할지는 사업자가 마음대로 정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자신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남기는 일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인스톰이 검색과 AI를 계속 연구하는 이유도 이 질문에 있습니다. 새로운 길목에서도 좋은 브랜드가 정당하게 발견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우리는 역사책 속 한 줄을 살고 있습니다
1878년 사람들은 전화번호도 없는 전화번호부를 썼습니다. 한때는 삐삐를 보고 공중전화를 찾았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등장한 뒤에는 손안의 검색창을 열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AI에게 말을 겁니다. 20년 뒤에도 같은 모양의 검색창을 쓰게 될까요? 안경을 쓸까요? 또 다른 것을 만날까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 가지를 분명히 느낍니다. 우리는 세상이 바뀌는 시점의 한가운데에 함께 서 있습니다.
훗날 역사책에는 이 시간이 “2020년대, 생성형 AI가 퍼지기 시작했다”는 짧은 문장으로 남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오늘은 밥을 먹고 일하고 가족을 만나는 아주 평범한 하루입니다.
그래서 더 특별합니다. 우리는 변화가 아직 역사책이 되기 전에 그 안을 걸어가고 있으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말이 다시 떠오릅니다. “Boys, be ambitious.”
거창한 성공을 약속하는 말이 아닙니다. 새로운 도구를 배우고, 작은 아이디어를 직접 만들어 보고, 실패하면 다시 시도하자는 다짐에 가깝습니다.
검색창이 언젠가 사라지더라도, 세상을 더 잘 이해하려는 우리의 질문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20년 뒤 돌아보며 이렇게 말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때 우리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