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ORM COLUMN / Instorm
6편 | 누군가는 챗봇을 쓰고, 누군가는 AI 직원과 일한다
1979년 비지칼크에서 2026년 AI 에이전트까지. 같은 기술을 쥐고도 왜 서로 다른 결과를 만드는지, 도전과 선택의 가치를 이야기합니다.

이 글은 특정 기술의 성공이나 미래를 단정하는 보고서가 아닙니다. 역사와 현재의 장면을 연결하며 앞으로의 세상을 개인적인 시선으로 상상하는 인스톰 칼럼입니다. 본문의 미래 장면과 이미지는 사실 보도가 아닌 가정과 상상입니다.
1970년대 후반, 집에 컴퓨터를 들여놓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눈으로 보면 화면은 투박했고,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물었습니다. “그래서 이 비싼 기계로 뭘 하는데?” 누군가는 게임을 했고, 누군가는 재미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봤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전혀 다른 것을 봤습니다. 일하는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습니다.
1979년, 컴퓨터가 장난감을 벗어나던 순간
1979년 비지칼크(VisiCalc)라는 프로그램이 등장했습니다. 오늘날 엑셀처럼 계산표를 만드는 도구였습니다.
예전에는 장부에서 숫자 하나를 바꾸면 관련 계산을 손으로 다시 해야 했습니다. 비지칼크에서는 숫자를 고치면 다른 계산도 자동으로 바뀌었습니다.
컴퓨터역사박물관은 사람들이 비지칼크를 사용하려고 애플 II 컴퓨터를 사기도 했다고 설명합니다. 취미로 쓰던 기계가 누군가에게는 하루의 일을 바꾸는 물건이 된 것입니다.
여기서 제가 좋아하는 질문이 시작됩니다. “같은 컴퓨터를 샀는데, 왜 어떤 사람에게는 장난감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일하는 도구였을까?”
저는 2026년 AI를 보며 같은 질문을 합니다.
똑같이 AI를 쓰는데, 하는 일은 다릅니다
한 사람은 AI에게 묻습니다. “오늘 저녁 뭐 먹을까?” “이 영어 문장을 번역해 줘.” 충분히 편리합니다.
다른 사람은 이렇게 부탁합니다. “이번 달 자료를 비교하고 문제점을 찾아줘. 보고서 초안을 만들고, 확인할 일도 정리해 줘.”
또 어떤 사람은 AI가 자료를 조사하고 코드를 만들고 시험하고 고치는 일을 여러 단계로 이어서 하도록 작업 환경을 바꿉니다.
물론 AI가 실수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틀린 보고서, 잘못된 코드, 근거 없는 판단을 내놓을 수도 있습니다. 검토와 책임은 여전히 사람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장면만 놓고 보면 상당히 다릅니다. 누군가는 AI에게 답을 듣고, 누군가는 AI와 함께 일을 완성해 갑니다.

AI를 잘 안다는 사람들도 서로 다른 세계를 봅니다
2026년 10월 AI 연구자 안드레이 카파시는 LLM의 능력을 이해하는 사람들 사이에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대략 60억 명은 LLM을 거의 접하지 않았고, 10억~20억 명은 무료 챗봇을 가끔 쓰며, 약 2,000만 명은 수학과 코딩 같은 전문 분야에서 최첨단 AI를 활용한다고 추산했습니다. 극소수는 내부의 더 강력한 시스템을 직접 경험한다고도 했습니다.
이 숫자는 공식 조사 결과가 아닙니다. 카파시가 경험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대략적인 계산입니다. 기술마다 강점도 다르므로 모든 AI가 복잡한 일을 훌륭히 해낸다는 뜻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중요한 관찰이 남습니다. 무료 챗봇을 몇 번 사용한 사람이 본 AI와, AI 에이전트로 프로젝트를 만들어 본 사람이 본 AI는 꽤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같은 이름을 부르고 있지만 서로 다른 능력을 보고 있는 셈입니다.
돈을 낸다고 반드시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새로운 차이가 생깁니다. AI에는 무료 서비스가 있지만, 더 많은 사용량과 특정 고성능 기능을 원하면 비용을 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26년 10월 기준 ChatGPT Pro에는 월 100·200·500달러의 등급도 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AI 구독료가 부담된다는 이야기가 농담처럼 오가기도 합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과 기업은 여러 도구를 시험하고 큰 작업을 반복할 수 있습니다. 이 접근성의 차이는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저는 돈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비싼 테니스 라켓을 샀다고 곧바로 선수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카메라를 샀다고 모두 훌륭한 사진을 찍지도 않습니다.
AI도 비슷합니다. 도구에 쓸 돈, 그것을 써 볼 기회, 그리고 반복해서 배우는 시간이 함께 중요합니다.
OECD의 2026년 발표에 따르면 2025년 생성형 AI 이용에서 연령에 따른 격차는 53.6%포인트, 학력과 소득에 따른 차이는 각각 약 21%포인트로 나타났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익숙한 도구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직 낯선 물건이라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지금 AI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게으르다는 뜻은 아닙니다. 일이 다르고, 시간을 내기 어렵고, 배울 기회가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좋은 기술이 널리 도움이 되려면 교육과 접근성도 함께 좋아져야 합니다.
나라 사이에도 AI의 벽이 생길 수 있습니다
2026년 6월 미국 정부는 앤트로픽의 Fable 5와 Mythos 5 모델에 수출통제를 적용했습니다. 앤트로픽은 국적 확인이 어려워 두 모델의 접근을 잠시 중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제한은 6월 말 해제됐고, 7월부터 Fable 5의 서비스가 복구됐습니다. Mythos 5는 안전을 위한 별도의 제한적 제공 방식이 남았습니다. 영원한 차단은 아니었지만, 정책 하나가 최첨단 기술의 이용 가능성을 바꿀 수 있다는 장면이었습니다.
과거에는 공장과 철도, 석유와 반도체가 국가 경쟁력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앞으로는 고성능 AI와 이를 돌릴 컴퓨터, 전력과 인재도 중요해질 것입니다.
그렇다고 AI만 잘 만든 나라가 무조건 앞선다는 법칙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술을 사회에 어떻게 쓰고, 그 혜택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나눌 수 있게 하느냐도 중요합니다.

GPT가 없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까?
여기서 한 가지 묻고 싶습니다. 지금 GPT가 없는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습니까?
“당연하지. 없어도 잘 살았는데?”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누군가는 “이제 일이 너무 불편할 것 같은데?”라고 답할 겁니다. 저는 두 답 모두 이해합니다.
다만 후자라면 이미 AI가 단순한 장난감을 넘어 생활과 업무의 일부가 됐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AI를 잘 활용한다는 것은 생각하기를 포기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동안 혼자 하기 어려웠던 일에 도전하고, AI의 답을 스스로 검토하며, 조금 더 큰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키우는 일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있습니다. “Boys, be ambitious.” 야망을 가져라. 1877년 삿포로 농학교를 떠난 윌리엄 클라크가 학생들에게 남겼다고 전해지는 말입니다. 정확한 발언 경위와 더 긴 문구에는 역사적 논의가 있지만, 이 짧은 말은 오래 살아남았습니다.
저에게 야망은 남보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닙니다. 어제 못했던 일에 한 번 더 도전해 보는 마음입니다.
우리는 역사의 큰 변곡점 한가운데에 서 있습니다. 기왕 이 시대를 함께 살고 있다면, 구경만 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보고, 배우고, 직접 써보고, 실패하면 다시 해보는 것. 그렇게 한 걸음씩 앞으로 가는 사람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합니다. 20년 뒤에도 우리는 이런 AI를 사용하려고 손에 든 휴대전화를 열고 있을까요?


